
눈물이 핑 도는 장면, 말없이 서로를 껴안는 순간, 아무 말 없이 끝나는 결말.
우리는 그런 장면을 볼 때 가끔 울컥하고, 마음 한편이 쿵 내려앉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 감정의 물결을 만들어낸 작가가 AI라면, 어떨까요?
과연 우리는 AI가 만든 이야기에 진심으로 울 수 있을까요?
드라마든 영화든, 우리를 움직이는 건 이야기 자체라기보다는 그 안의 감정입니다.
한 캐릭터의 슬픔, 기쁨, 후회, 용서. 우리는 그 마음을 따라가며,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 이입(emotional identification)’이라 부릅니다.
공감은 이야기의 현실성보다, 감정의 진정성에 더 반응한다는 뜻이지요.
요즘 AI는 단순한 문장 생성기를 넘어, 구조와 서사, 감정 곡선을 설계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주어진 키워드와 장르, 감정의 흐름에 따라 시나리오를 쓰고, 인물의 갈등과 대사까지 자동으로 만들어냅니다.
이야기의 ‘기술적 완성도’만 본다면, 많은 경우 인간 작가 못지않은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트렌디한 감정 패턴’이나 ‘시청자 반응 기반의 최적화’에서는 오히려 더 민감하죠.
이제 문제는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드라마를 보며 눈물이 났다고 해볼게요.
그 장면이 AI가 쓴 것인지 아닌지를 알고 나면, 감정은 달라질까요?
어쩌면 우리는 눈물 속에서 그 감정이 ‘누가 만든 것인지’보다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이건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순수하게 반응하는가를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허구 속 감정에도 실제 상황처럼 뇌가 반응합니다.
캐릭터의 아픔을 보며 우리 뇌의 공감 중추가 활성화되고, 눈물샘도 반응하죠.
즉, 그 감정이 AI가 만들었든, 인간이 만들었든
내 감정은 진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AI가 감정을 ‘계산’하고, ‘최적화’할 수는 있어도
진짜로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우리는 공감하려고 할 때, 단순한 표현 이상의 무언가—
‘의도’나 ‘진심’ 같은 것을 감지하려 합니다.
그래서 어떤 시점에서는, 울게 만든 이야기보다
그 감정을 나누고 싶었던 누군가의 존재를 더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울었던 그 순간, 그 눈물은 분명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만든 존재가 AI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 감정에 머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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