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SNS 피드 속에서 웃고, 울고, 사랑에 빠지는 ‘사람 같은 존재’.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로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이지요.
이제 우리는 실제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도 감정을 느끼고, 때로는 위로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보여주는 감정은 과연 진짜일까요?
버추얼 휴먼은 3D 그래픽, 인공지능, 음성 합성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유형의 존재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웃고, 광고에서 감동을 전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실존하는 감정을 지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은 그 감정의 상당 부분은 디자인된 것입니다.
예정된 각본, 사전에 학습된 데이터,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 반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감정에 공감합니다.
인간의 뇌는 감정을 ‘진짜냐 가짜냐’로 구분하기보다
일관성과 정서적 반응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버추얼 휴먼이 슬픈 표정을 지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실제 그들이 슬퍼서가 아니라, 그 감정 표현이 우리 내면의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는 원리와도 비슷합니다.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울고 웃는 이유는 그들이 진짜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죠.
버추얼 휴먼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브랜드 모델, 인플루언서, 심지어 상담자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나는 오늘 우울했어요.”라는 문장이
우리에겐 정서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기술이 감정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감정의 사회적 기능까지 수행하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버추얼 휴먼은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감정이 사람에게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착각이 반복되면, 우리는 실제 인간과 디지털 존재 사이의 정서적 경계를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떤 감정에 더 깊이 반응하나요 – 사람의 감정, 아니면 사람처럼 보이는 감정?”
디지털 시대에 감정의 정의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감정의 진위를 판단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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