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반 개인화 추천,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감정 기반 개인화 추천,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공감의 알고리즘

by Dr.Dongri 2025. 7. 30. 08:29

어느 날, 넷플릭스를 켰더니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법한 다큐멘터리가 추천 목록에 떠 있습니다.
묘하게도 그날은, 뉴스에서 본 사건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하던 날이었죠.
'설마 이 감정을 읽은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AI는 이제 단지 ‘좋아할 만한 것’을 넘어서,
‘지금 내 감정 상태에 맞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감정이 행동을 이끈다'고 말해왔습니다.
우리는 논리보다 기분에 따라 선택하고, 충동에 따라 결제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검색 기록, 클릭 간격, 멈춘 영상의 장면들까지
모두 '당신의 감정 상태'를 추정할 단서가 됩니다.

AI는 텍스트, 이모지, 음성, 심지어 얼굴 표정까지 분석해
우리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추측합니다.
예를 들어, 슬픈 콘텐츠를 자주 클릭하면
플랫폼은 ‘당신이 위로가 필요한 상태’로 간주하고,
힐링 음악이나 따뜻한 드라마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시스템은 심지어 사용자의 ‘실시간 감정’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감정 인식 알고리즘(emotion-aware AI) 이죠.
단지 ‘좋아요’를 누른 것 이상의 정보가 사용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AI가 정말 ‘공감’할 수 있을까요?
기술이 예측한 감정은 통계의 결과일 뿐, 진짜 마음을 느낀 건 아닙니다.
즉, 공감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반응’일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사용자는 이 계산된 ‘공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한 연구에 따르면, 감정 기반 개인화 추천은 사용자의
만족도, 신뢰, 재방문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맞춤화는 심리적 피로감과
사생활 침해의 우려를 동시에 낳습니다.

특히 ‘왜 이걸 추천받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반복되면,
사용자는 오히려 AI를 멀리하게 됩니다.
이른바 ‘알고리즘 회피 현상’이죠.

감정 기반 추천은 이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내 감정을 누가, 어디까지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이용 약관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추천이 선택을 대신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추천은 공감일까요, 설계된 설득일까요?
오늘, 여러분의 추천 목록은 어떤 감정을 읽고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