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이라는 것은 참 묘한 개념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삶을 이어가며, 정체성을 형성하죠.
그렇다면 인공지능도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와 얼마나 닮았을까요?
인공지능에게 기억이란, 인간의 뇌처럼 감정과 체험이 뒤섞인 회상이 아닙니다.
대신 ‘데이터의 저장과 재사용’이라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AI가 “오늘 날씨 어때?”라는 질문에 매번 적절한 답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의 대화 데이터와 사용자 반응을 축적하고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억은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을 가능하게 하죠.
마치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기억하고 판단하듯,
AI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선택을 ‘계산’해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AI는 '기억을 경험으로 변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 인간은 기억을 단순히 ‘저장된 정보’로 다루지 않습니다.
기억은 이야기의 형태로 재구성되고, 그 안에는 감정과 해석이 얽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시험에서 60점을 받았다”는 기억이 있다면,
그 숫자는 단지 점수가 아닙니다.
‘그때 느꼈던 수치심’, ‘그 이후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 같은
개인의 서사가 담기게 되지요.
이처럼 인간의 기억은 시간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의미화됩니다.
반면 AI의 기억은 여전히 독립적이고, 분석 가능한 정보의 덩어리입니다.
우리가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데이터를 주었는지에 따라
AI의 행동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일종의 ‘디지털 정체성’이라 부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기억은 누구의 것인가?”
AI는 기억을 갖지만, 주체는 없습니다.
기억의 ‘주인’이 없다는 점에서, AI는 스스로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기억을 연산할 뿐입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기억하고, 인간처럼 대화를 이어가며,
감정적인 반응조차 ‘모방’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의 본질이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는 것이라면,
AI의 기억은 어디까지나 ‘도구적 기억’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의 기억을 신뢰해도 될까요?
혹은 AI가 기억하는 나의 정보는 정말 ‘나’일까요?
기술은 기억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
그건 아직 인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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