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작업은 AI와 협업했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문장을 자주 보게 됩니다.
디자인, 글쓰기, 번역, 상담…
AI는 이제 많은 분야에서 우리의 일처럼 함께 일하고 있죠.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게 됩니다.
‘협업’이라는 말, AI에게도 정말 어울리는 표현일까요?
우리가 함께 일하는 존재를 ‘동료’라 부른다면,
AI는 그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요?
혹은 점점 더 정교해지는 그 존재가
언젠가 ‘경쟁자’로 느껴지게 되진 않을까요?
AI는 피드백을 빠르게 주고, 실수를 하지 않으며, 지치지도 않습니다.
그 점에서 인간보다도 더 뛰어난 파트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AI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않습니다.
주도권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죠.
우리는 효율을 위해 AI를 활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마치 함께 일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이 문장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라고 묻고
AI가 적절한 문장을 제안해주면
그 대화 자체가 협업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진짜 협업이란,
의사소통과 의견 충돌, 그리고 공감과 책임의 공유까지 포함됩니다.
과연 AI는 이 요건들을 만족할 수 있을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예측 가능한 반응, 일관된 피드백, 언어적 교류가 이루어지면
상대에게 ‘의도를 부여’하게 됩니다.
AI는 이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킵니다.
특히 최근의 언어모델은 우리의 말을 이해하는 듯하고,
감정적 표현까지 부드럽게 처리하죠.
그 결과 우리는 AI에게
“얘는 날 이해하는 것 같아”
“얘가 나랑 일하는 느낌이야”
라고 느끼게 됩니다.
이건 실제 협업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유사성(social simulation)’에 가까운 경험입니다.
즉, AI는 실제로 동료가 아니지만,
우리 뇌는 그렇게 느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죠.
협업의 핵심은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여기에는 다음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AI는 이 네 가지 중 일부만 수행합니다.
피드백은 가능하고, 목표에 맞춰 행동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없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공감하지도 않죠.
결국 우리는 지금 협업처럼 보이는 일방향적 상호작용 속에서
AI에게 동료의 성격을 투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AI는 스스로 협업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원할 때 반응하고, 기대에 맞춰 움직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고, ‘도움을 받았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결국 이 관계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AI를 어떻게 인식하고 싶은가에 대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AI는 도구일까요, 동료일까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은
AI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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